세금계산서 미발행, 국세포탈 아니다? 서울행정법원 판결로 본 과세처분 무효 사례
세금계산서를 안 냈다고 탈세? 법원은 “NO!”라고 말했다
최근 서울행정법원은 지역주택조합을 상대로 용역을 제공한 A업체가 부가가치세와 법인세를 미신고했다는 이유로 과세 처분을 받은 사건에서, 세금계산서를 발행하지 않았다고 해서 국세포탈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 판결은 단순히 세금 문제를 넘어서, 소송 중인 거래에 대해 언제 세금 신고 의무가 발생하는지에 대한 중요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어 많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사건 개요: 업무는 끝냈지만, 돈은 받지 못했다
A부동산 컨설팅업체는 2015년 대구 B지역주택조합과 업무대행 용역 계약을 맺고, 사업계획 승인 시 세대당 2,000만원(부가세 별도)을 받기로 했습니다. 이후 2018년 일반분양까지 마치며 계약상 업무를 모두 수행했습니다.
하지만 조합 측은 계약금액 중 일부만 지급하고 나머지 130억 원 가량을 미지급했고, A업체는 결국 지급명령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 2018년 10월: 미지급 용역비 130억9,100만 원 청구
- 2020년 1월: 1심에서 A업체 승소
- 2021년 6월: 항소 기각으로 판결 확정
- 2022년~2023년: 강제경매 및 배당금 지급 절차 진행
과세관청의 입장: “일 끝났으니 세금 내라”
역삼세무서는 2023년 세무조사 후 A업체가 2018년 2기에 업무를 완료했음에도 세금계산서를 발행하지 않고 부가가치세 신고도 하지 않았다며 다음과 같은 처분을 내렸습니다.
- 부가가치세 20억6천여만 원 부과
- 법인세 34억여 원 부과
- 미지급 용역비에 대해 공급가액으로 간주
- 배당금에 대한 보전압류까지 진행
심지어 A업체가 신청한 과세전적부심사도 국세포탈 의도가 있다고 판단해 거치지 않고 처분을 강행했습니다.
쟁점: 용역을 완료했지만 돈을 받지 못했을 때, 세금 납부의무가 있나?
1. 공급시기 판단 기준
법원은 “용역이 제공되었더라도 공급가액이 확정되지 않았다면 공급시기도 확정된 게 아니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계약상 업무는 마쳤지만 금액이 분쟁 중일 경우, 세금 납부 시점은 해당 금액이 확정된 이후라는 겁니다.
2. 세금계산서 미발행은 탈세가 아니다
세금계산서는 공급시기 기준으로 발행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 사건처럼 공급시기조차 확정되지 않은 경우에는 세금계산서를 발행하지 않아도 국세포탈 행위로 볼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3. 과세전적부심사 절차 생략은 위법
국세기본법상 고의적인 국세포탈이 명백한 경우가 아니라면 과세 전 반드시 의견 청취 절차(과세전적부심사)를 거쳐야 하는데, 이를 생략한 것은 중대한 하자라는 점에서 법원은 과세처분 자체를 ‘무효’라고 판단했습니다.
이 판결의 의미는?
이번 판결은 실제 대금 수령과 공급시기 사이의 관계, 세금계산서 발행의 시기, 세무조사의 절차적 정당성 등 다양한 세무·법률적 쟁점에 대해 명확한 기준을 제시한 사례입니다.
일상에서 비슷한 사례가 있을 수 있나요?
– 프리랜서 디자이너가 클라이언트와 계약 후 일을 마쳤지만 대금을 받지 못한 경우
– 하청업체가 납품은 완료했으나 원청과 금액 다툼이 있어 소송을 진행 중인 경우
– 장기 프로젝트 용역 후 검수 결과에 따른 대금 조정이 있는 경우
이런 상황에서 세금계산서를 무조건 먼저 발행하면 오히려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법적 분쟁 중인 경우라면 세무 전문가의 자문을 통해 세금 신고 시점을 신중히 판단해야 합니다.
유사 사례 예방을 위한 팁
- 계약서에 “공급가액 확정은 상호 합의 또는 법원 판결 시점으로 본다”는 조항을 명시
- 미지급금이 발생하면 신속히 내용증명이나 지급명령 절차 진행
- 세무상 신고 시기와 관련해 세무사 또는 변호사 자문 필수
- 소송 중인 금액은 공급시기로 인정되지 않을 수 있다는 판례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