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 무효 확정 후 받은 보훈급여금, 반드시 환수? – 행정심판 사례
1. 사건의 배경 – 10살에 사후입양된 아이, 40년 후 유족 자격 상실?
10세의 나이에 전몰군경의 사후양자로 입적된 한 소년. 그는 이후 국가유공자 유족 자격으로 보훈급여금을 20년 넘게 받아왔습니다. 그런데 세월이 흐른 뒤, 고인의 친딸이 제기한 ‘사후입양신고 무효확인소송’이 2022년 7월 12일 확정되면서, 청구인은 유족 자격을 잃게 되었습니다.
국가보훈처는 즉시 “유족등록이 취소되었으므로 과오급금을 반환하라”며 6,734만 5,000원의 환수 처분을 내렸습니다. 이에 청구인은 행정심판을 청구했습니다.
그의 주장은 간단했습니다. “나는 당시 미성년이었고, 사후입양 절차는 양어머니가 한 일이다. 내 책임이 아닌데, 그 결과로 받은 급여금을 모두 돌려달라는 건 너무 가혹하다.”
2. 법적 쟁점 – ‘보상받은 원인에 책임이 없는 경우’의 의미는?
이 사건의 쟁점은 바로 국가유공자법 제75조와 제76조의 적용입니다.
– 제75조제1항은 “보훈급여금을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받은 경우” 또는 “보상 사유가 소급 소멸한 경우”에는 환수해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 그러나 제76조제1항에서는 예외를 둡니다. “보상받은 원인이 본인에게 책임이 없는 사유로 소급 소멸한 경우”라면, 환수를 면제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즉, 청구인이 보훈급여금을 받을 당시 잘못이나 책임이 없었다면, 행정청은 단순히 자격이 소급 소멸했다는 이유만으로 일률적으로 환수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3. 청구인과 피청구인의 주장 비교
● 청구인(유족 측)
– 사후입양은 본인이 아닌 양어머니의 결정이었다.
– 당시 만 10세였으므로 어떤 법적 판단도 할 수 없었다.
– 장기간 유족으로 인정받으며 신뢰를 형성했고, 현재 생계도 어려운 상태이다.
– 따라서 환수처분은 과도하고 비례원칙에 반한다.
● 피청구인(국가보훈처)
– 법원 판결로 입양 무효가 확정되었으므로 자녀 자격은 소급 소멸한다.
– 따라서 제75조제1항제2호에 따라 환수 처분은 정당하다.
4. 관계 법령 요약
국가유공자법 제5조제1항은 유족의 범위를 ‘배우자, 자녀, 부모, 성년인 직계비속이 없는 조부모, 60세 미만의 직계존속과 성년인 형제자매가 없는 미성년 제매’로 규정합니다.
국가유공자법 제75조제1항은 국가보훈처장이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보상을 받은 경우’, ‘보상 사유가 소급 소멸한 경우’, ‘잘못 지급된 경우’에는 보훈급여금 등을 환수해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제76조제1항은 ‘보상받은 원인이 본인에게 책임이 없는 사유로 소급 소멸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환수를 면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또한 시행령 제97조에서는 ‘그 밖에 본인 책임 없는 사유로 등록요건에 해당되지 아니한 것으로 확인된 경우’ 환수 면제가 가능하다고 규정합니다.
5. 행정심판위원회의 판단
행정심판위원회는 다음과 같은 사유로 청구인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1. 청구인의 입적은 청구인 책임이 아님. 당시 미성년자였으며, 양어머니가 주도한 입양이었다.
2. 20여 년간 국가가 유족으로 인정해온 점. 청구인이 입양 무효 사실을 알거나 알 수 있었던 정황이 없음.
3. 파산신청 중으로, 환수 시 생활안정에 중대한 침해가 예상됨.
4. 환수로 달성되는 공익보다 청구인이 입게 될 불이익이 훨씬 큼.
따라서 행정심판위원회는 “이 사건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위법·부당하다”며 국가보훈처의 환수처분을 취소하였습니다.
6. 이번 판결의 의미
이 사건은 ‘유족 자격이 사후적으로 소멸했더라도, 그 원인에 귀책이 없으면 환수 면제 가능하다’는 점을 명확히 한 사례입니다.
즉, 단순히 판결로 유족 지위가 사라졌다고 해서 곧바로 ‘부정수급’으로 간주하고 환수할 수는 없습니다.
특히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환수면제 심사가 필요합니다.
– 입양·혼인 등 가족관계가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결정된 경우
– 지급 당시 법령상 자격이 있었던 경우
– 장기간 지급으로 신뢰가 형성된 경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