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근 권한 없이 계약 이행하라? 부정당업자 제재는 위법하다는 행정심판 결정
프로그램 접근 권한을 주지 않은 발주청, 부정당업자 제재는 위법하다는 행정심판 결과
발주청의 부당한 처분, 사업자에게 책임 돌릴 수 없다?
공공기관의 프로그램 고도화 사업에 참여한 A회사가 계약을 이행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부정당업자 제재처분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 사건의 실체를 들여다보면 과연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 걸까요? 최근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A회사의 손을 들어주며 해당 제재 처분이 “위법·부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번 사건은 공공조달 계약에서의 과업 명확화 의무와 발주기관의 협조 책임이라는 중요한 법적 쟁점을 포함하고 있어, 유사한 상황을 겪고 있는 사업자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사건 개요: 접근 권한 없이 어떻게 개발을 하라는 걸까?
A회사는 국가기관이 추진한 프로그램 고도화사업에 입찰 참여해 1순위로 낙찰됐고, 이후 발주청과 용역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사업 수행을 위한 핵심 요소인 기존 프로그램 접근 권한과 개발 소스가 제공되지 않았다는 점이었습니다.
A회사가 이를 발주청에 요청했으나, 발주청은 “기존 개발업체와 협의하라”는 답변만 반복했고, 결국 A회사는 개발에 착수조차 못한 채 계약 기간이 종료되자 부정당업자 제재처분(3개월 입찰참가 제한)을 받게 됩니다.
쟁점별 정리: 과연 누구 책임인가?
① 계약상 접근 권한 확보는 누구의 책임인가?
- 1차 연도 입찰공고 및 계약서에는 수급자가 기존 개발자로부터 접근 권한을 직접 확보하라는 내용 없음
- 오히려 2차 연도 입찰에서는 기술지원 가능성을 명시 → 1차 계약 당시에는 이런 요구가 없었다는 반증
- 즉, 발주청이 명확한 과업 지시 없이 불명확하게 계약을 체결한 점이 문제
② 계약불이행의 귀책 사유는 누구에게 있는가?
- A회사는 계약 이행을 위한 협조를 충분히 요청했음
- 그러나 발주청은 협조하지 않았고, 제3자인 기존 개발업체와 협의하라고만 함
-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A회사가 계약을 이행하지 못한 데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
③ 부정당업자 제재는 정당한가?
- 부정당업자 제도는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계약을 위반한 경우 적용 가능
- 그러나 본 사안은 A회사의 고의·과실이 아닌, 발주청의 협조 부족에 기인
- 이에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해당 제재처분을 “위법·부당”하다고 판단
중앙행정심판위의 판단 요지
참여 위원 전원은 다음과 같은 판단을 내렸습니다.
- 계약 당시 계약상대방이 프로그램 접근 권한을 확보해야 한다는 조건은 없었다.
- 발주청은 해당 권한을 제공하거나 최소한 명확한 안내를 할 의무가 있었다.
- A회사에게는 계약 이행 불능에 대해 정당한 사유가 존재하므로, 제재처분은 위법·부당하다.
이 사례가 주는 시사점
공공조달 계약에서는 계약 내용의 명확성이 가장 중요합니다. 특히, 기존 시스템이나 프로그램의 고도화를 수급자에게 맡기는 경우, 접근 권한과 기술자료의 제공은 필수입니다. 발주기관이 이를 소홀히 하면 사업자는 시작조차 못하고 불이익만 떠안게 됩니다.
실생활 속 유사 상황 대응 방법
- 공공기관과 계약 시, 업무 수행에 필요한 정보 제공 조건을 명확하게 계약서에 명시해야 합니다.
- 필요한 자료나 협조 요청은 반드시 공식 문서로 요청하고, 이를 기록으로 남기세요.
- 계약이행에 장애가 발생했을 경우, 해당 사유가 귀책 사유가 아님을 입증할 자료를 확보해두세요.
- 부당한 제재처분을 받았다면, 법률대리인 없이도 온라인 행정심판 시스템을 통해 구제받을 수 있습니다.
